안녕하세요. 제 인생의 주도권을 찾아 1인 창업에 도전 중인 '쩐의 파이프라인' 잉크사장입니다.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영업용 차량에 DIY 선반까지 설치했습니다.
제 창고에는 수리를 마친 렌탈용 프린터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며 조용히 잠들어 있었습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딱 한 가지, '고객'만 빼고요.
통장 잔고는 매일 줄어드는데...
전화기는 며칠째 울리지 않았습니다.
'고객 0명'. 이 숫자만큼 1인 창업가의 심장을 차갑게 만드는 것은 없습니다.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은 돈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제게는 둘 다 부족했죠.
저의 유일한 무기는 두 다리와, 인쇄소에서 갓 뽑아온 1,000장의 전단지뿐이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고객 0'이라는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단돈 18,000원을 투자한 전단지 1,000장으로 제 사업의 첫 번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까지,
지난 일주일간 겪었던 처절하고도 생생한 기록입니다.
1. 작전 계획 수립 '무작위'가 아닌 '전략적'으로 접근하다
저는 무작정 전단지를 뿌리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 소중한 1,000장의 총알을 낭비할 수는 없었죠.
저는 주말 내내 춘천시 지도를 펼쳐놓고, 저만의 '게릴라 마케팅' 작전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1단계: 타겟 고객 정의하기
가장 먼저, "누가 내 프린터를 가장 필요로 할까?"를 정의했습니다.
- 1순위 타겟: 소규모 학원, 교습소, 공부방 (인쇄량이 많고, 비용에 민감함)
- 2순위 타겟: 부동산 중개사무소, 보험사 등 (계약서 등 출력물이 꾸준히 필요함)
- 3순위 타겟: 최근 개업한 소상공인 (초기 비용 절감 니즈가 큼)
2단계: 타겟 지역 선정 (Hyper-Local 전략)
타겟 고객이 밀집한 지역을 A, B, C급으로 나누었습니다. 이것은 저의 '전투 지역'이었습니다.
- A급 지역 (500장 집중 투하): 학원과 공부방이 가장 밀집한 **퇴계동과 석사동** 아파트 단지 상가.
- B급 지역 (300장 투하): 신규 오피스텔과 사무실이 많은 **온의동** 일대.
- C급 지역 (200장 투하): 대학생 대상의 상점이 많은 **강원대학교 후문** 상권.
3단계: 접근 방식 결정
저는 단순히 문틈에 전단지를 꽂아두고 오는 방식이 아닌,
**'얼굴을 마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힘들더라도 직접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안녕하세요, 사장님! 근처에서 새로 프린터 렌탈 사업을 시작한 OOO입니다."라고 제 소개를 하며 명함과 함께 전단지를 건네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진심이 통하길 바랐습니다.
2. 거절의 연속 멘탈이 무너져 내리던 3일
월요일 아침, 저는 가장 큰 전투 지역인 퇴계동으로 향했습니다.
가방에는 전단지 200장과 희망이, 마음속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첫 번째 부동산 사무실의 문을 열었습니다.
"저... 전단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손사래를 치며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두 번째 학원에서는 "이미 쓰고 있는 곳이 있다"며 정중히 거절하셨습니다.
세 번째, 네 번째... 거절이 반복될수록 제 목소리는 작아지고, 발걸음은 무거워졌습니다.
첫날, 50곳이 넘는 가게를 방문했지만 제 손에 남은 것은 거절의 상처와 줄어들지 않은 전단지 뭉치뿐이었습니다. '역시 안되는 건가?', '내 사업 아이템이 잘못됐나?'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습니다.
이틀째, 사흘째에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500장의 전단지가 소진될 때까지 제 핸드폰은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제 통장 잔고보다 더 빠르게, 제 자신감이 바닥나고 있었습니다.
3. 기적의 전화 한 통 "혹시 전단지 보고 전화했는데요..."
나흘째 되던 날 오후,
저는 마지막 남은 전단지를 돌리기 위해 석사동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를 돌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으로 기계처럼 전단지를 건네고 있을 때였습니다.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울렸습니다. 모르는 번호였습니다.
"여보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혹시 프린터 렌탈 전단지 보고 전화드렸는데요..."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제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작은 수학 공부방을 운영하는 원장님이셨습니다.
며칠 전 제가 방문했을 때, 마침 기존에 쓰던 프린터가 고장 나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젊은 사장님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전단지를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 지난 며칠간의 모든 설움과 피로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한 시간 뒤, 저는 제 영업용 레이를 몰아 원장님의 공부방에 제 첫 렌탈 프린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첫 번째 계약서'**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4. 숫자로 본 결과, 그리고 피로 얻은 교훈
첫 계약의 기쁨이 가라앉은 후, 저는 이번 1,000장의 도전을 냉정하게 숫자로 복기해 보았습니다.
- 총 배포 전단지: 1,000장
- 총 투자 비용: 18,000원 (인쇄비) + α (나의 노동력)
- 문의 전화: 총 3건
- 최종 계약: 1건
- 전화 응답률: 0.3%
- 계약 전환율 (문의 대비): 33.3%
숫자만 보면 초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 돈보다 훨씬 더 귀한 교훈들을 얻었습니다.
- 타이밍과 운은 존재한다. 하지만 '실행'이 그 운을 만든다. (제가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 전화는 영원히 울리지 않았을 겁니다.)
- '얼굴을 마주하는 것'의 힘은 강력하다. (원장님은 제 전단지가 아닌, 제 '모습'을 기억해주셨습니다.)
- '한 번의 성공'은 백 번의 실패를 지운다. (첫 계약의 성취감은 지난 모든 거절의 상처를 치유하고도 남았습니다.)
5. 모든 위대한 시작은 '발'에서부터
고객 0명. 모든 창업가는 이 차가운 현실 앞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싸워야 합니다.
저의 첫 싸움은 구식처럼 보이는 '전단지'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제가 얻은 것은 월 3만 원의 첫 수익이 아닙니다.
내 힘으로, 내 발로 직접 부딪히면,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살아있는 자신감입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고객 0'의 벽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세요. 당신의 잠재 고객을 직접 만나세요.
당신의 진심을 담은 전단지 한 장이,
당신의 위대한 첫걸음을 열어줄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