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창업을 준비 중인 '쩐의 파이프라인' 블로그의 잉크사장입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왜 창업을 결심했고, 어떻게 종잣돈 1,000만 원을 모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돈이 준비되자, 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바로 '기술'이라는 산을 넘는 것이었습니다.
제 사업 아이템인 '무한잉크 프린터 렌탈'의 핵심은,
단순히 제품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프린터를 수리하고 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물류창고에서 바코드 스캐너만 찍던 제가 아는 기계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프린터 내부는 구조는, 저에게는 미지의 블랙박스였습니다.
두려웠지만,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기술 없이는 가격 경쟁력도, 고객 서비스도 불가능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강도 높은 '30일간의 기술 독학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 그 피와 땀, 그리고 온몸이 잉크로 물들었던 30일간의 모든 것을 담은 저의 학습 일지입니다.
1. 1주차... 공포의 해부학, '분해'와 '절망' 사이에서 길을 잃다
첫 주차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프린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다." 저는 야심 차게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1만 원짜리 고장 난 잉크젯 프린터를 한 대 사 왔습니다.
제 첫 '실습 교보재'였죠.
별 드라이버 세트 하나와 유튜브 '프린터 분해' 영상을 스승으로 삼아, 저는 미지의 블랙박스를 열었습니다.
그 안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했습니다.
여러개의 나사, 정체 모를 기어, 그리고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필름 케이블까지.
저는 다시 조립할 것을 대비해, 별나사 하나를 풀 때마다 사진을 찍고 포스트잇에 위치를 기록했습니다.
첫 번째 위기: 분해 3시간 만에,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작은 스프링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창업 자금 천만 원을 떠올리며, 저는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첫 주 내내 저는 프린터를 3번 분해하고 2번 조립했습니다. (마지막 한 번은 도저히 조립하지 못해 포기했습니다.) 비록 실패투성이었지만, 저는 엄청난 것을 얻었습니다. 바로 '헤드', '잉크 카트리지', '급지 롤러', '메인보드' 등 핵심 부품들의 위치와 역할을 눈으로 익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프린터 내부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어디가 심장이고, 어디가 뇌인지는 알게 된 셈이었죠.
2. 2주차... 첫 잉크, '무한잉크 시스템(CISS)'과의 처절한 사투
프린터의 해부학을 익힌 저는, 2주차에 드디어 핵심 기술인 '무한잉크 공급장치(CISS)' 설치에 도전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가장 저렴한 무한잉크 키트를 주문하고, 유튜브 영상을 보며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재앙이었습니다.
주사기로 잉크를 주입하다가 압력 조절에 실패해, 책상과 바닥은 물론 제 옷까지 온통 검은 잉크로 범벅이 되었습니다.
잉크 호스를 잘못 연결하여 카트리지는 잉크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고, 애써 조립한 프린터는 에러 코드만 뿜어냈습니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공기'였습니다. 잉크 공급 호스에 미세하게 들어간 공기가 잉크의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잉크젯 프린터가 얼마나 예민한 압력 시스템 위에서 작동하는지, 그리고 '석션'과 '프라이밍'이라는 작업이 왜 중요한지를 수십 번의 실패를 통해 온몸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주 주말, 저는 잉크가 묻은 손을 씻으며 생각했습니다.
"고객에게는 절대로 이런 실수를 하면 안 된다."
이 실패의 경험은 훗날 제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3. 3주차... 한 줄기 빛, 나의 '첫 번째 개조 성공작'이 탄생하다
절망의 2주가 지나고, 3주차에 저는 새로운 중고 프린터 한 대를 더 사 왔습니다.
지난 실패의 경험을 모두 복기하며,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원칙대로 접근했습니다.
잉크 주입 시에는 반드시 압력을 천천히 조절했고, 호스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수십 번을 확인했습니다.
카트리지에 구멍을 뚫을 때도 정확한 위치를 지켰고, 헤드 노즐이 막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순간. 전원을 연결하고, 노즐 검사 페이지를 인쇄했습니다.
'기계동작음' 소리와 함께 깨끗한 A4용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고, 그 위에는 단 한 줄의 끊어짐도 없는 완벽한 4색 패턴이 찍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종이를 들고 한참을 소리 질렀습니다. 월급날 통장에 돈이 찍혔을 때보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나는 이걸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거대한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4. 4주차... 반복 숙달, 그리고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다
첫 성공의 경험은 저에게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남은 4주차 기간 동안, 저는 다른 모델의 프린터들을 구해 개조 작업을 반복하며 저만의 작업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 모델별 특성 파악: Canon, HP, Epson 각 브랜드별로 개조 시 주의해야 할 점과 부품의 차이점을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 시간 단축 훈련: 처음 5시간 걸렸던 작업 시간을, 1시간 30분까지 단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 문제 해결 능력 향상: 잉크가 새는 문제, 용지 걸림 문제, 인식 불가 문제 등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한 저만의 해결책들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습니다.
30일이 지났을 때, 저는 더 이상 프린터가 두려운 문외한이 아니었습니다.
완벽한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 일반적인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준비된 기술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5. 기술은 '재능'이 아닌 '시간'과 '용기'의 산물
이 30일간의 챌린지는 제게 단순히 프린터를 개조하는 기술만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게 '어떤 복잡한 기술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부딪히면 반드시 배울 수 있다'는 인생의 교훈을 주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 초보 잉크쟁이입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어떤 기계적인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의 손에는 지난 30일간의 실패와 성공의 기록이,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나는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
제 이야기를 기억해주십시오.
기술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기꺼이 잉크를 묻힐 용기와 포기하지 않는 시간의 산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