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쩐의 파이프라인' 블로그의 잉크사장입니다.
지난 글에서 제가 왜 평범한 유통업 직장인의 삶을 벗어나 '창업'이라는 탈출구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결심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제 앞에는 '돈'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벽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월급 250만 원으로 어떻게 창업 종잣돈 1,000만 원을 만들 것인가?"
누군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저 역시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간절함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더군요. 저는 제 인생을 건 6개월짜리 챌린지를 시작했습니다.
이 글은뜬구름 잡는 재테크 이론이 아닌, 제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담긴 지난 6개월간의 처절하고 솔직한 '가계부' 전체 기록입니다.
1. D-day 180, '생존 예산'을 편성하다... 나의 재정적 전쟁 선포
챌린지를 시작하기 전, 저는 먼저 제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으로 목표를 쟁취해야 하는 '전쟁'이었습니다.
저는 제 방을 '작전 상황실'로 만들고, 승리를 위한 '생존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목표: 6개월 후 1,000만 원 저축
월평균 저축 목표액: 약 167만 원
월급: 세후 약 250만 원
월 사용 가능 생존비: 250만 원 - 167만 원 = 83만 원
월 83만 원. 월세와 고정비를 내고 나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숫자였습니다.
저는 이 숫자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제 모든 지출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었습니다.
- 필수 고정 지출 (절대 방어선): 월세(45만 원), 통신비(알뜰폰으로 변경 후 2만 원), 보험료(10만 원), 교통비(대중교통 6만 원) = 총 63만 원
- 변동 지출 (필사 방어선): 식비, 경조사비, 생필품비 = 총 20만 원
- '0원' 목표 지출 (완전 제거 대상): 의류비, 유흥비, 취미생활, 구독 서비스(넷플릭스 등), 택시비, 카페/외식비
저는 앞으로 6개월간 '생존'에 필수적인 것을 제외한 모든 소비를 제 인생에서 지워버리기로 맹세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제 미래를 사기 위한 현재의 희생이었습니다.
2. 180일간의 기록... 눈물 젖은 나의 가계부 전격 공개
이론은 완벽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처절했습니다.
아래는 지난 6개월간 제가 실제로 기록하고 싸워왔던 가계부의 요약본입니다.
1개월 차: 열정과 현실의 충돌 (월 저축액: 155만 원)
첫 달은 의욕이 넘쳤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결혼식(경조사비 10만 원)과 예상치 못한 치과 치료비(5만 원)가 터졌습니다.
식비 20만 원을 맞추기 위해, 저는 생애 처음으로 '밀프렙(Meal Prep)'이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주말 내내 닭가슴살과 채소를 볶고 소분하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현타와 싸워야 했습니다.
2개월 차: 시스템을 구축하다 (월 저축액: 168만 원)
의지력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강제 저축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167만 원이 자동으로 저축 계좌로 이체되도록 설정했습니다.
남은 83만 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 배수진을 친 것입니다.
모든 약속을 거절했고, '짠돌이'라는 말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3개월 차: 가장 큰 위기, 그리고 극복 (월 저축액: 140만 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 수리비 25만 원이라는 예상 밖의 지출이 발생했습니다.
월 저축 목표액이 무너졌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저는 '당근마켓'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주말 내내 집안의 안 쓰는 물건들을 팔아 15만 원을 벌었고, 부족한 금액은 주말 단기 알바를 통해 메웠습니다.
돈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4~5개월 차: 습관이 된 절약 (월 저축액: 170만 원)
놀라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더 이상 절약이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도시락을 싸는 것이 당연해졌고, 퇴근 후 집에서 프린터를 분해하며 기술을 공부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가 되었습니다.
소비하지 않음으로써 얻게 된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저를 더 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6개월 차: 마침내 목표 달성 (월 저축액: 175만 원 / 총 저축액: 1,008만 원)
마지막 월급날, 자동이체가 완료된 후 제 종잣돈 계좌에 찍힌 숫자는 '10,080,000원'이었습니다.
저는 통장 잔고를 보며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난 6개월간의 고통과 노력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제 인생의 새로운 '입장권'이었습니다.
3. 1,000만 원 너머의 것들: 제가 진짜 얻은 것
6개월간의 챌린지가 끝났을 때, 제 손에 남은 것은 1,000만 원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돈보다 훨씬 더 귀한 세 가지를 얻었습니다.
- 첫째, 돈을 통제하는 능력: 저는 더 이상 돈에 끌려다니지 않았습니다. 예산을 세우고, 통제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재정적 주도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 둘째, 문제 해결 능력: 예상치 못한 지출이라는 위기 앞에서, 저는 좌절하는 대신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었습니다.
- 셋째,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월급 250으로 1000만 원'이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를 달성한 경험은, 앞으로 마주할 창업의 수많은 난관을 이겨낼 수 있다는 강력한 자기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4. 당신의 통장에도 '기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제 이야기가 너무 극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간절한 목표 앞에서는 때로 극단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1,000만 원은 제 창업의 '최소 조건'이었고, 6개월은 제가 저에게 준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목표는 1,000만 원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500만 원일 수도 있고, 300만 원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 금액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고, 마침내 성취해내는 그 '과정' 자체입니다.
제 가계부 기록이, 월급이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는 또 다른 '과거의 저'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용기와 영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당신의 통장에도 기적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