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인 기업'이라는 한계를 넘어 '작지만 강한 회사'를 만들어가는 '쩐의 파이프라인' 잉크사장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나 자신이 곧 회사'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모든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모든 영업을 따내는 것도, 모든 고객을 응대하는 것도 바로 '나'였습니다.
제 머릿속 지식과 제 손의 기술이 이 사업의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창업 2년 차, 저는 끔찍한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저의 그 자부심은, 사실 제 사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거대한 '벽'이자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었다는 것을요.
제 몸이 하나인 이상, 회사의 매출과 성장은 정확히 저의 물리적인 한계점에서 멈춰 섰습니다.
이 글은 제가 '최고의 기술자'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믿고 맡기는 경영자'가 되기까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교만하고도 위험한 착각에서 탈출하기 위한 처절했던 모든 과정의 기록입니다.
1. 위기의 자각: 나는 '사장'인가, '가장 바쁜 직원'인가?
그날도 저는 춘천의 한 고객 사무실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잉크로 범벅이 된 손으로 막힌 헤드를 뚫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화가 울렸습니다. 제가 몇 달간 공들여왔던, 한 대형 학원 원장님이었습니다.
"사장님, 저희 학원 전체 복합기 교체 건으로 최종 미팅을 하고 싶은데, 혹시 1시간 뒤에 잠시 뵐 수 있을까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그 계약은 제 분기 매출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차마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 눈앞에는 분해된 프린터가 있었고, 저를 기다리는 고객이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장님,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다른 현장에 나와있어서... 혹시 내일은 어떠실까요?"
결과적으로 그 계약은 더 빠른 경쟁사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그날 밤, 잉크 묻은 손을 씻으며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월 3만 원짜리 AS'를 하느라, '월 300만 원짜리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사실을요.
저는 사장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회사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직원이었습니다.
2. 탈출 계획 수립: '나'를 복제하는 시스템을 만들다
저는 더 이상 '최고의 기술자'가 되기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내가 없어도 나만큼 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탈출 계획은 3단계로 이루어졌습니다.
1단계: 나의 모든 것을 복제하는 '업무 매뉴얼' 만들기
제가 없어도 직원이 일하려면, 제 머릿속에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이 회사에 남아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노션(Notion)을 이용해 '회사의 두 번째 뇌'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프린터 모델별 수리법, 고객 응대 멘트, 견적서 작성법 등 모든 것을 사진과 동영상, 체크리스트 형태로 기록했습니다.
이것은 제 개인의 노하우를 회사의 '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었습니다.
2단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직원 교육
저는 직원에게 단순히 "이렇게 하세요"라고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만약 고객 앞에서 프린터가 터지면 어떻게 할 건가요?" 와 같이,
제가 겪었던 최악의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해주고 함께 해결책을 고민했습니다.
기술이 아닌, '문제 해결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3단계: 실패를 허용하는 '안전지대' 만들기
이것이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직원에게 "혼자서 AS를 처리하다가 실수로 부품을 망가뜨려도 괜찮다.
그 비용은 수업료라고 생각하겠다. 대신, 절대 고객에게 거짓말하거나 상황을 숨기지 마라."고 약속했습니다.
직원이 실수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저에게 의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3. 탈출 감행: 두렵지만, 믿고 손을 놓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첫 직원에게 혼자서 신규 설치 업무를 맡기던 날이 왔습니다.
솔직히,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도 손에 땀이 났고, 30분마다 전화를 걸어 "어떻게 돼가요?"라고 묻고 싶은 유혹과 싸워야 했습니다.
저는 제 직원을 믿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통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완벽주의자'인 제 자신을 놓아주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두 시간이 지났을 때, 직원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사장님, 설치 완벽하게 끝냈습니다. 고객님이 사장님 안 오셔도 든든하다고, 저한테 커피도 사주셨습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깔끔하게 설치된 프린터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저는 그 메시지를 보고 한참 동안 웃었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진 자리에, 엄청난 해방감과 함께 직원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한 대견함이 밀려왔습니다.
4. 자유의 시간: '경영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직원이 현장에서 저의 '손발'이 되어주자, 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생겼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오직 '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기술자였던 저와 경영자가 된 저의 하루를 비교한 표입니다.
과거 (현장 기술자) | 현재 (경영자) | |
---|---|---|
주요 업무 | 긴급 AS 출동, 프린터 수리, 설치 | 월간 재무 분석, 마케팅 전략 수립, 신사업 구상 |
고민의 주제 | "이 고장은 어떻게 해결하지?" | "어떻게 하면 이 고장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할까?" |
시간 사용 |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80% 사용 | '내일의 기회'를 만드는 데 80% 사용 |
저는 더 이상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내일의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5. 1인 기업의 성장은 '사장'이 사라질 때 시작된다
1인 기업의 가장 큰 적은 외부의 경쟁자가 아니라, '내가 제일 잘한다'는 사장 자신의 교만일 수 있습니다.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장인 나의 복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없어도 나보다 더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우리 손에 든 공구를 내려놓고,
그 손으로 회사의 미래를 그리는 펜을 잡아야 합니다.
당신의 사업 규모는,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많은 일을 '믿고 맡기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저의 과거 모습처럼 현장의 불을 끄느라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질문해보세요.
"나는 지금 '사장의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당신의 '1인 기업 탈출'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