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아 나서는 '쩐의 파이프라인' 잉크사장입니다.
지역의 소규모 사무실과 학원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렌탈 사업을 운영하게 되면서, 제 눈에는 더 큰 시장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시청, 도청, 교육청, 그리고 수많은 군부대였습니다.
이 거대한 '관공서 시장'은 안정적인 결제와 대량 계약이라는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입찰'이라는 단어는 저와 같은 1인 창업가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복잡한 서류,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쟁자들. 저는 이 거대한 시장을 그저 바라만 봐야 하는 걸까요?
저는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부딪혀보자.
이 글은 제가 민간 시장을 넘어, 공공 조달 시장이라는 새로운 전쟁터에 발을 내딛기 위해,
대한민국 양대 산맥인 **'나라장터'**와 **'국방전자조달'** 시스템을 정복해 나간 모든 과정을 담은 저의 솔직한 도전기입니다.
1. 두 개의 거대한 문: '나라장터'와 '국방전자조달'의 결정적 차이
본격적인 도전에 앞서, 저는 먼저 제가 싸워야 할 두 개의 전쟁터를 분석했습니다.
두 시스템은 비슷해 보였지만, 그 성격과 공략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① 나라장터 (G2B): 대한민국 모든 공공기관의 '만물상'
나라장터는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국공립학교 등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물품/용역 구매 공고가 올라오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조달의 허브'였습니다.
장점은 엄청나게 많은 공고가 올라온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 전국의 모든 사업자가 경쟁하는 치열한 곳이라는 점이었습니다.
② 국방전자조달: 군(軍) 시장을 위한 '비밀의 문'
이곳은 국방부와 육해공군 각 부대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는, 군 전용 조달 시스템이었습니다.
나라장터보다 공고의 수는 적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절차가 더 까다로워 진입장벽이 높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기회를 보았습니다.
**'경쟁이 덜할 수 있겠다!'** 특히 군부대가 많은 제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2. 입장권 구매하기: 지옥의 '업체 등록' 절차 A to Z
이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수'로 등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은 제 인내심을 시험하는 첫 번째 관문이었습니다.
- 1단계: '범용 기업용 공동인증서' 발급받기
개인사업자에게 발급되는 일반적인 전자세금계산서용 인증서로는 안됩니다. 입찰을 위해서는 반드시 연 11만 원짜리 **'범용 기업용 공동인증서'**가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 투자였죠. - 2단계: 나라장터 '신규 이용자 등록'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 나라장터 사이트에서 '신규 이용자 등록'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자 정보, 입찰 대리인 정보 등을 입력하고, 수많은 약관에 동의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만 수십 개의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 3단계: 관할 조달청 방문 및 승인
온라인 신청이 끝나면, 사업자등록증과 같은 서류를 들고 관할 지방 조달청(저의 경우 강원지방조달청)에 직접 방문하여 최종적으로 '지문 보안 토큰'을 등록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저만의 팁: 국방전자조달은 나라장터 등록이 완료된 후에, 추가적으로 별도의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미리 겁먹지 마시고, 일단 나라장터부터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3. 나의 첫 입찰: 전략, 처참한 실패, 그리고 값진 교훈
수 주간의 준비 끝에, 저는 마침내 '입찰 참가자'라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나라장터에서 제 첫 번째 목표물을 발견했습니다. **'OO초등학교, 잉크젯 복합기 5대 임대'** 공고였습니다.
저의 첫 입찰 전략
저는 단순히 88%라는 짧은 지식으로 입찰가를 적어제출 했습니다.
- 지역 업체 가산점: 저는 지역에 사업장을 둔 지역 업체이므로, 평가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신속한 AS: 제안서에 '2시간 내 출동 AS 보장'이라는 저만의 강점을 명시했습니다.
- 사회적 기업 요소: '친환경 재생 잉크 사용' 옵션을 추가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자 했습니다.
저는 제가 제시할 수 있는 최저가에 가까운 금액으로 투찰 버튼을 눌렀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죠.
처참한 실패와 교훈
며칠 뒤, 개찰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8개 업체 중 4등으로, 처참하게 탈락했습니다.
88%라는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저는 좌절했습니다.
'역시 입찰은 안되는구나.'
하지만 저는 포기하는 대신, 1등 업체의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그 업체는 수십 건의 관공서 납품 실적을 가진, 저와는 체급이 다른 중견 기업이었습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
교훈: 88%는 예산금액에서 하는것이 안니구나, 공정성을 만들기위한 가격 산출법이 따로 있다는 것을...
4. 재도전 그리고 첫 승리: '국방전자조달'에서 기회를 찾다
저는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나라장터 대신, 진입장벽이 높았던 **'국방전자조달'**에서 틈새를 노리기로 했습니다.
마침 'XX부대, 복합기 20대 임대'라는 작은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저는 지난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주변에 입찰 고수님들을 찾어가 입찰금액 작성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한통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을 받었습니다.
ㅇㅇ부대 재정실 입니다. 1순위 입찰자로 낙찰되셨습니다.
저는 속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제 힘으로 '관공서 입찰'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었다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5. 결론: 관공서 입찰, 1인 창업가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제가 직접 겪어본 관공서 입찰 시장은, 솔직히 1인 창업가에게 쉬운 곳은 아닙니다.
낮은 마진, 복잡한 서류 작업,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대량 계약**과 **'공공기관 납품 실적'**이라는 확실한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의 땅이기도 합니다.
이 실적 하나가, 나중에 민간 시장에서 수십 개의 포트폴리오보다 더 강력한 신뢰를 주기도 합니다.
이것은 '고수익'을 노리는 시장이 아닙니다.
내 사업의 '안정적인 하반'을 다지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레벨업'의 무대입니다.
만약 당신이 안정적인 성장을 꿈꾸는 1인 창업가라면,
오늘 당장 나라장터와 국방전자조달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복잡한 절차 뒤에,
당신의 사업을 다음 단계로 이끌어 줄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